[기사] [스케일업]SKT와 스타트업이 함께 그리는 5G의 미래는?

“메타버스를 만드는 것에 바로 착수하는 게 메타버스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지난 10월 28일 페이스북 커넥트 행사 기조연설에서 존 카맥이 꺼낸 말이다. 그는 그 유명한 ‘둠’을 만든 게임 개발자이자 메타(전 페이스북) 가상·증강현실 사업부인 ‘리얼리티 랩’의 전신인 오큘러스의 최고 기술 책임자(CTO)를 지낸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전설로 통한다.


카맥은 메타버스가 아키텍처 우주비행사(Architecture Astronaut)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키텍처 우주비행사라는 표현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기술보다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서만 말하려고 하는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를 일컫는 말이다. 카맥의 이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가 메타버스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했다. 얼핏 메타버스 열풍은 물론, 메타버스 올인을 선언한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를 비판하는 것으로 들리는 발언이기도 하다.


그러나 존 카맥은 저 말에 앞서 “나는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고 있고, 그 비전을 믿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의 발언 요지는 결국 메타버스를 만들기 위해선 메타버스라는 거대한 그림, 추상적 개념보다는 이를 구성하는 세부적인 기술을 다듬고, 가까운 시기에 실현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를 흔히 큰 틀에서 ‘인터넷의 다음 형태’라고 정의하곤 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인터넷 환경이 하나의 단일 기술이 아니라 수많은 기반 기술이 모여서 형성된 것처럼, 메타버스도 이를 구성하는 여러 기술을 포괄하는 거대한 개념이다. 그 구성 요소에는 가상·증강현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다양한 기술이 포함된다.


하지만 결국 그 토대를 이루는 건 통신이다. 지금의 인터넷 환경이 결국 통신이라는 인프라 위에서 성립하는 것처럼, 메타버스라는 다음 세대의 인터넷 또한 차세대 통신 인프라 위에서 성립할 수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과 초근거리 클라우드 컴퓨팅인 MEC(Mobile Edge Computing, MEC)는 실감 콘텐츠 및 몰입형 콘텐츠,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시티, 디지털 트윈 등 다양한 차세대 기술과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각 기술 분야에는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주목받기 전부터 아이디어와 비전으로 무장한 채 길을 닦아가고 있던 크고 작은 기업들이 있다.


그런 점에서 SK텔레콤(이하 SKT)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SKT는 통신을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디지털 인프라 기반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5G라는 토대 위에 올라갈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 사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방편 중 하나가 다임러 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인 ‘스타트업 아우토반’이다.


스타트업 아우토반은 독일 다임러 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2016년 독일에서 시작한 이후 스타트업 아우토반은 지금까지 5천 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며 유럽 최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다임러 그룹 산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주도로 처음 개최됐다. 독일, 미국, 중국, 인도 등에 이은 7번째였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스타트업 아우토반 코리아 2021’에 파트너로 참가한 SKT는 현재 실감 콘텐츠, 디지털 트윈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들과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을 위한 실증 PoC(Proof of Concept)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파트너십으로 스타트업들은 5GX MEG라는 차세대 인프라를 토대로 혁신 기술을 검증할 기회를 얻고, SKT는 거대한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혁신 기술의 가능성을 앞서 탐색할 수 있다. 언젠가 구현될 미래의 인터넷에 다가가기 위해 함께 손잡은 SKT와 스타트업들을 만나봤다.


플럭시티, 디지털트윈으로 앞당기는 제조업 혁신


SKT는 디지털트윈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디지털트윈 얼라이언스’를 지난 9월 출범했다. 디지털트윈이란 이름 그대로 현실의 디지털 쌍둥이를 만드는 걸 말한다. 단순히 겉모습만 3D로 흉내 내는 게 아니다. 현장의 각종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3D 모델에 연동된다. 박수범 SKT IoT사업개발팀 매니저는 “한 마디로 얘기하면 B2B 메타버스라고 보시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장이나 건물, 교량 등 다양한 시설물을 디지털트윈으로 만들면 원격으로 감시, 통제, 분석,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플럭시티의 디지털트윈 기반 보안 관제 솔루션 'PLUG Security'(출처=플럭시티)


디지털트윈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트윈을 도입하고 있는 분야가 제조업이다. 공장의 디지털트윈을 만들면 설비를 점검하거나 공정을 최적화하는 등의 작업을 실제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고 디지털트윈 내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의 절약으로 이어진다.


디지털트윈을 구현하기 위해선 각종 IoT 센서 그리고 이러한 센서로 수집한 대용량 데이터들을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는 안정적이고 빠른 통신 기술이 필요하다. SKT IoT사업개발팀이 디지털트윈 분야를 눈여겨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박수범 매니저는 “5G를 활용할 수 있는 응용 사업 분야가 어떤 분야인가 생각해봤을 때 디지털트윈이 그중 하나라고 봤습니다. 공장 설비에 집약된 민감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클라우드 서버에 전송할 수 있으려면 5GX MEC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SKT IoT사업개발팀 박수범 매니저와 플럭시티 윤재민 대표(출처=IT동아)


박수범 매니저는 “막상 디지털트윈 분야를 봤더니 요소 기술을 지닌 회사는 많았지만, 각자 자기 영역에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 아닙니까? 이 기술들을 모아서 네트워크에 올리면 실제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이 기업들이 협업하며 실제 결과물을 낼 수 있게끔 모은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출범한 디지털트윈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이 바로 이번 스타트업 아우토반 코리아에서 SKT와 손잡은 디지털트윈 전문 스타트업이 바로 플럭시티(PLUXITY)다. SKT와는 이미 지난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G기반 디지털트윈 공공선도 사업’을 함께 하며 2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15년 설립된 플럭시티는 이듬해인 2016년에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의 디지털트윈 기반 보안 관제 솔루션을 만들었다. 3D로 재현한 공간 지도에 CCTV, 출입통제, 감지경보, 화재 감시 등 다양한 보안 시스템이 통합되어 마치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관제할 수 있다. 이 솔루션은 현재 인천국제공항에 적용돼 있다.


플럭시티를 창업한 윤재민 대표는 2008년부터 디지털트윈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3차원 공간 정보 분야에 몸담아왔다. 윤 대표는 “3차원 공간 정보 기술에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 등이 결합되면서 디지털트윈으로 발전했습니다”라면서 “저희는 이전에 이미 3차원 공간 정보 기술을 습득하고 있었기에 남들보다 훨씬 빨리 디지털트윈 기술로 갈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트윈 기반 스마트 팩토리 관제 솔루션인 'PLUG Factory'(출처=플럭시티)


플럭시티는 디지털트윈 적용 분야를 보안 관제에서 시작해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병원 등 다양한 현장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디지털트윈을 플랫폼화해서 파트너사들이 직접 개발해서 활용할 수 있게 제공하는 수준까지 발전시켰다. 그 덕분에 2019년 16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올해에는 이미 60억 원을 넘길 정도로 고속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번 스타트업 아우토반 코리아에서는 그 적용 현장을 공장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게 목표다. 공장에 최적화된 디지털트윈 모델을 만들어 실증을 마친 뒤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건 물론, 해외 시장까지 공략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SKT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팀 이지용 팀장은 “스타트업과 SKT 사이에 사업적 시너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이를 글로벌 시장까지 확장시키는 것이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팀의 역할입니다. SKT와 협업하고 있는 다양한 글로벌 통신사와 빅테크 기업들 모두 우리와 비슷한 니즈가 있습니다. 이들에게 이러한 성공 케이스를 공유하고 스타트업을 연결시켜주면 자연스럽게 사업을 글로벌 규모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SKT는 플럭시티를 비롯한 디지털트윈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들과 함께 디지털트윈을 구독형으로 출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 디지털트윈의 효용성은 크지만,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들이 이를 선뜻 도입하기엔 초기 비용 부담이 크다. SKT는 외산 위주 디지털트윈 솔루션을 국산화하고, 초기 비용 부담이 덜한 구독형으로 제공함으로써 디지털트윈 도입 문턱을 낮출 계획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ikitaka@donga.com


기사 원문보기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11207/1106659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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